9월 초, 저희가 운영을 맡고 있는 한 고객사의 홈페이지 첫 화면이 하루 가까이 글자만 줄줄이 나열된 채로 떠 있었습니다. 배너도, 배치도 없이 맨 텍스트만 남은 화면이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이 페이지가 엘리멘터(디자인 도구)로 만든 페이지라는 표시 하나가 지워져 있었습니다. 그 표시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워드프레스는 디자인을 통째로 무시하고 글자만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직접 로그인해 페이지를 고치고 저장한 뒤였습니다. 늘 하던 작업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워드프레스의 기본 편집 화면에서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페이지에 붙어 있던 표시가 지워졌고, 디자인 데이터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화면에는 글자만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 사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엘리멘터로 만든 페이지를 워드프레스 기본 편집 화면에서 저장하면 어느 사이트에서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워드프레스와 엘리멘터 같은 편집 툴은 사용자의 편의를 꾀하면서도 때로는 매우 민감한 설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장 한 번으로 페이지 디자인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사이트를 맡긴 쪽이 알고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것을 알고 미리 막아 두는 것이 맡은 쪽의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두 가지를 했습니다. 저장하는 순간 그 표시가 지워지면 바로 다시 붙여 넣는 장치를 만들어, 이 사이트만이 아니라 저희가 운영을 맡은 엘리멘터 사이트 전부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엘리멘터로 만든 페이지를 기본 편집 화면에서 열면 “이 페이지는 엘리멘터로 편집하세요”라는 안내가 먼저 뜨게 했습니다. 편집 자체를 막지는 않았습니다. 엘리멘터가 고장 났을 때 페이지를 고칠 마지막 통로가 그 화면이기 때문입니다.
사이트를 맡아 주는 곳은 많습니다. 차이는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드러납니다. “엘리멘터로만 편집하세요”라고 고객에게 말하고 끝내는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지. 저희는 후자를 택했고, 이 글은 그 기록입니다.